통영의 심장이라 부르는 강구안, 그 수질 문제가 입방아에 오른 것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그동안 수질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작금의 강구안은 썩은 갯벌과 일부 시민들이 버린 비양심이 거북선의 위용 아래 가려져 있었다.
4일 오전 통영해병전우회와 한려해양봉사단 20여 명이 스쿠버다이버 장비를 동원해 강구안 바닷속 청소에 나섰다.
통영해병전우회(회장 유형만)에서 연중 실시하고 있는 바다청소 봉사에 두 단체가 함께 뜻을 모으고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강구안 일대 바닷속을 순차적으로 청소하기로 계획했다. 이날 그 1단계 작업으로 거북선이 정박해 있는 문화마당 주변을 집중적으로 청소했다.
예상대로 강구안 속사정은 심각했다. “깊이를 알 수 없이 썩어 포개진 갯벌과 출처를 알 수 없는 쓰레기로 시야가 전혀 확보되지 않는다.”고 바다에 뛰어든 스쿠버 5명이 한목소리를 냈다.
스쿠버가 바다에 뛰어 들고 채 3분도 되지 않아 제일 먼저 자전거 한 대가 올라왔다. ‘일부러 버린 것인가? 실수로 빠뜨린 것인가?’ 생각을 정리할 사이도 없이 다른 스쿠버가 또 자전거를 끌어 올린다.
스쿠버 다이빙의 작업한계 시간인 1시간 정도 작업에서 마치 자전거 폐차장을 연상케 하듯 무려 자전거가 8대가 올라왔다. 그 종류도 다양했다. 어린이용에서부터 장바구니가 달린 것과 최신형 충전용 자전거도 있었고, 형체가 완전히 망가진 것과 온전한 것들도 있었다. 그것도 거북선이 정박해 있는 주위에서만이다. 시야만 확보된다면 그 수는 상당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한 스쿠버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강구안 전체를 청소한다면 아마도 수십 대의 자전거가 올라올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중앙시장 앞은 상상도 못 할 물건으로 더욱 심각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어떻게 이렇게 많은 자전거가 강구안에 가라앉아 있단 말인가? 그동안 강구안 일대에서 자전거를 타다 바다에 빠졌다거나 그와 유사한 인명사고는 특별히 알려진 게 없다.
다만, 인근 상인들의 말에 의하면 실수로 빠뜨린 것도 있고, 취기에 자전거를 바다에 밀어 넣거나 고장 났거나, 싫증 난 자전거나 청소년들이 훔친 자전거를 은근슬쩍 바다에 빠뜨린다는 것이다. 그렇게 바다에 빠진 자전거 수십 대가 다른 쓰레기들과 뒤엉켜 녹물을 뿜어내고 있었다.
이날은 봉사에 참여한 이들이 뿌듯한 마음보다는 부끄러움이 앞선다고 입을 모았듯이 거북선 세 척과 판옥선 한 척의 위용이 무색할 정도로 강구안 바닷속은 우리의 양심을 비웃고 있었다.
봉사활동을 진두지휘했던 유형만 통영해병전우회장은 “우리 고장을 아끼는 마음으로 스쿠버다이버까지 동원해 청소작업을 했지만, 오히려 우리의 치부를 들어낸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오늘로 강구안의 실체를 안 이상 쉬쉬하고 있을 일이 아니다.”고 심경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