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사동 거리 한편에 자리 잡은 내놓으라는 화가들만이 전시회를 연다는 ‘예화랑’. 지금 그곳엔 파도소리, 갈매기 소리, 뱃고동소리와 더불어 짙은 통영의 갯내음을 품은 미술작품들이 서울 시민의 오감을 자극하고 있다.
17일 오전, 문인이자, 화가며 행정가인 진의장 전 통영시장의 첫 개인전이 그곳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십시일반 모인 50여 명과 함께 버스 한 대에 동승하여 서울 신사동을 찾았다.
오후 4시를 훌쩍 넘기고 도착한 화랑 앞에는 「내 안에 살아 숨 쉬는 통영의 푸른 물결」 이란 전시회 제목과 너무나 어울리는 누가 봐도 통영의 강구안이고, 누가 봐도 통영의 동백꽃을 주제로 꾸민 낯익고 친숙한 모습의 현수막이 우리를 반겼다. 그 옆에 서서 싱긋이 웃으며 우리를 마중 나온 진의장 전 시장은 한 사람 한 사람 정겹게 악수와 포옹을 나누며 우리를 맞았다.
예순을 훌쩍 넘겨 처음으로 개최하는 그의 개인전에는 그의 인맥을 대변하듯 견양각지에서 찾아든 500여 축하객들이 장사진을 이루었다. 그들 속에는 통영출신 김형근 화백과 이홍구 전 국무총리, 이수성 전 국무총리, 유우익 전 통일부장관, 김동욱 전 국회의원, 권병현 전 주중 대사, 정상명 전 검찰총장, 이철성 박사 등 거물급 인사들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축화 화분이 전시장 한편을 장식했다.
진의장 전 시장은 인사에서 “평생을 그림을 그렸지만 내 그림의 주제는 모든 게 통영입니다. 통영에는 평생을 그려도 다 못 그릴 소재가 있으니 당연하겠지요. 그림에 온전히 몰두할 수 있는 지금이 소중하고 가장 행복한 시간이고 욕심 없이 비워야만 비로소 채워지는 것을 배워가는 소중한 경험인 것 같습니다. 통영은 내 고향이기도 하지만 바로 나의 선생님이기도 합니다.”라고 인사를 전했다.
이번 전시회는 전업 화가가 아니면서도 전업 화가를 능가하는, 그것도 첫 번째 전시회에서 독특한 소재와 기법의 대형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미술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미술평론가 오광수 씨는 이번 전시회를 두고 “그의 작품은 천진함과 맑고 고아한 사대부의 정취가 스며있고 솔직함과 격조가 어우러진 신문화인화라며 고향 통영에 바치는 아름다운 헌사와 같다.” 평하고 있다.
오광수 씨의 평처럼 겨울에도 꽃이 피는 통영을 떠올리며 뭔가에 홀린 듯 그렸다는 ‘눈 속에 핀 동백’이란 제목의 약 120호 크기의 작품이 입구부터 시선을 압도했다. 그 옆으로 다각도의 통영항이 펼쳐지고 10호에서부터 150호 크기의 잔잔하면서도 격정 넘치고 고요하면서도 생기가 감도는 100여 점이 1, 2층으로 구성된 넓은 화랑을 장식하고 있다.
이 전시회는 통영에서 다시 개최된다. 신사동 예화랑에서 26일 마감한 뒤 오는 11월 11일 오후 3시 통영시민문화회관 대 전시실에서 개막식을 열고 통영전을 다시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