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통영의 여름을 달구었던 제52회 한산대첩축제가 밤하늘을 수놓은 화려한 불꽃과 시민들의 아쉬운 함성으로 5일간의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지화자 통제영'을 올해의 주제로 세운 제52회 한산대첩축제는 유난히도 더운 올여름의 더위와 싸우면서도 단 한 건의 사고도 없이 계획된 행사를 깨끗이 마무리함으로써 올 축제 또한 성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4일 34년 만에 이뤄진 한산대첩기념비 제막식과 통제영지 복원과 발맞추어 ‘지화자 통제영'이란 주제 위에 축제 하루하루마다 작은 주제를 심어 체험행사와 공연, 해상 스포츠대회 등을 결합한 프로그램으로 어느 해보다 관광객의 참여도가 높았다는 평도 뒤따른다.
특히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거행된 조선수군 출정식은 축제의 새로운 별미로 역사성과 볼거리 그리고 지역민 참여도를 높이는 효과와 함께 축제 집행부의 원숙한 연출로 많은 찬사가 뒤따랐고, 전국 매스컴의 취재 열기도 뜨거웠다.
한산대첩 개막과 때맞춰 통제영지가 12년간의 복원공사를 마치고 축제와 더불어 낙성식을 거행함으로써 축제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도를 한 층 높였으며, 낙성식에는 무더위도 아랑곳하지 않은 2천여 명의 시민이 참석해 통영의 자부심을 대변했다.
또 축제 셋째 날 제63회 해병대통영상륙작전 전승행사에 1천 명의 참전용사와 전국해병전우회 그리고 현역들이 함께 통영지국전몰해병 추모식과 강구안 병설마당에서 거행된 전승행사에 참석해 축제 속에 작은 축제로 또 다른 승리의 역사인 통영상륙작전과 구국의 땅 통영을 전국에 알리는데 일조했다.
24반 무예와 해군·해병 축하음악회 그리고 의장대 시범을 비롯한 통영무형문화재 공연, 어린이 인형극과 거북보트 노젓기대회 등이 축제의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았고, 그중 가장 많은 관심과 정체성 있는 프로그램은 역시 한산대첩 출정식과 군점 그리고 그 중 한산해전 재현을 꼽았다.
일본 수군과 조선 수군으로 나눠진 50여 척의 배들이 일사불란하게 한산해전을 재현하며 펼치는 해상 불꽃 쇼에 3천여 명의 관람객들의 박수와 탄성이 보태져 축제의 대미를 장식했고, 장대한 스케일은 어디에서도 흉내 내지 못하는 통영만의 자랑이자 자부심 그 자체였다는 평가에 덧붙여 날씨와 재현 시간 등이 조화롭게 맞아떨어졌다는 찬사도 이어졌다.
그러나 성공의 뒷면에는 따가운 질타도 있었다. 강구안 일대를 휘감은 체험부스가 그것이다. 대부분 체험부스가 축제의 본질과 주제에 부합하지 못했다는 지적과 어린이놀이 체험장 같은 모습을 연출했다는 지적이 여지없이 이어졌다.
아동들의 눈높이에 집중된 체험놀이가 전체 체험부스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반면, 통영의 1읍 6면 8동의 특징과 특산품, 관광지 등을 활용한 통영 알리기나, 지역민의 참여 코너는 없었고, 거대한 물놀이 기구와 더불어 강구안 일대는 한여름 어린이 놀이터라는 인상마저 들게 했다는 지적이다.
1962년 제1회를 시작해 52회라는 반세기 우리 역사와 함께해온 한산대첩축제, 그 역사만큼이나 정체성과 교육적, 역사적 의미를 다 품고 있으면서도 아직도 유망축제에 머물고 있다.
이 대목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한 명분을 가진 한산대첩축제가 유망축제에 머물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냐는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축제평가단은 축제의 평가기준을 이렇게 말한다. “한산대첩 출정식, 한산대첩 재현 등은 독특하고 역사적, 교육적, 시각적으로 우수하며 최고점을 줄만하다.”고 평했다. 그리고 “그러나 점수는 우수한 한 프로그램에 주는 것이 아니다. 평가기준은 단순하다. 축제의 기본은 보여주는 분위기를 말한다. 바로 행사장에 들어섰을 때 느낌 그것이 얼마나 주제와 부합 하는가를 평가하는 것이다.” 라고 말한다.
이 말은 ‘한산대첩축제’란 말만 들어도 곧바로 어떤 모습이 연상되고, 행사장에 들어서면 곧바로 “한산대첩축제구나” 하며 떠오를 그런 시각적인 연출과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한산대첩축제에 등장한 대형 물놀이 기구는 어떤 인상을 남길까? 하는 의문이 든다.
정리하자면 한산대첩 출정식, 한산대첩재현, 군점 등은 독특한 통영만의 색갈이며, 통영만의 정체성을 반영한다. 그러나 이 행사들은 메인 행사장을 벗어나서 진행하고 있고, 관람을 하자면 상당한 발품을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한산대첩재현 행사를 관람하는 사람은 수천 명에 지나지 않지만, 메인 행사장 내 부스를 관람하는 사람은 수만 명에 달한다는데 점수를 부여한다는 말이다.
관람객 대부분이 강구안 일대에서 축제를 접하고 있고, 그들은 강구안에서 보여주는 것이 한산대첩축제의 전부라 여길 것이다. 필자는 이 대목에 집중하고 싶다. 메인 축제장 분위기를 어떻게 꾸며야 할지. 거기에 불어넣어야 하는 주제는 무엇이며, 정체성은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
수십 개의 부스를 채우기 위해 시대의 흐름이라는 명분과 즐길거리 라는 당위성을 섞어 온 것이 사실이다. 이에 현대적 욕구와 놀이에 오히려 부작용이 나왔다. 부스 전반이 아동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코너들로 채워진 축제장이 축제평가단의 시선에 어떻게 느껴질까?
지역민이 관람객이 되는 축제가 아니라, 참여자고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진리를 잊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산대첩 축제에는 한산전투 외에 바다와 섬, 그 속에서 살아온 역사와 문화예술, 통영인의 삶을 보여줘야 한다.
“한산대첩축제 부스에는 통영이 없다.” 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것은 우리의 치욕이고 수치다.
앞서 축제는 주민이 주인이라 했듯이 읍·면·동이 자기 지역의 독특한 문화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그것을 보여주려 노력하다 보며 지역마다 특징적인 또 다른 관광 상품도 만들어 낼 것이다.
“가장 통영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말을 두고 상투적인 말이라고 해선 안 된다. 필자는 그것만 한 정답은 없다고 본다. 보기 좋고 화려한 떡이 아니라 이제는 웰빙 떡이 더 잘 팔린다는 것도 새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