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6시 40분경 광도면 노산 마을 이장은 마을 확성기를 통해 “오늘 우리 마을 효도관광을 갑니다. 한분도 빠짐없이 농협 앞으로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출발은 7시 30분에 합니다.” 라며 두 차례 방송을 했다.
마을 입구에는 청년회와 부녀회의 이름으로 된 ‘노산마을효도관광’이라는 현수막이 도로를 가로 질러 설치되어 있고, 대형 버스 3대가 ‘노산마을효도관광’이라는 푯말을 달고 새통영농협 앞에 정차하자 노인들이 하나 둘 버스에 올라탔다.
곧바로 유정철 시의원을 비롯한 6.4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이 모여들었고 김동진 통영시장 예비후보는 3대의 버스에 번갈아 오르내리며 노인들과 악수를 나누고 인사를 했다.
누가 봐도 관광을 떠나는 어르신들을 배웅하는 모습이지만, 한편으로는 누가 봐도 오해의 소지를 남기기에 충분해보였다. 또한 기자가 사진을 찍는다는 말이 돌자 버스 앞에 붙였던 ‘노산마을효도관광’ 푯말을 누군가 급히 치웠다. 오얏나무 아래서 갓 끈도 고쳐 매지 말라는 말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하루 전인 8일에는 광도면 창포 마을이 9일에는 노산 마을이, 10일에는 대촌마을 등 8개마을이 이미 떠났거나 효도관광이 예정되어 있다. “세월호다. 지방선거다. 어수선한 이 시국에 하필 효도관광이란 표현을 했냐?”고 배웅 나왔던 광도면장에게 문의 했더니 “효도관광이란 말은 8개 마을 추진위원회에서 임의로 한말이며 권역사업종합정비사업 일환의 선진지견학 프로그램이 맞다.”고 답했다.
이 효도관광의 실체는 이렇다. 이 여행의 주최는 국가다. 주관은 통영·고성 농어촌 공사다. 낙후된 농어촌지역 주민의 편익향상과 정주여건 개선을 목적으로 시행되는 ‘권역단위종합정비사업’이란 명목으로 지난 2012년 기초 계획을 시작으로 80억 가량을 편성했다.
이 사업에 죽림권역 8개 마을이 선정되었고 이 사업 운영자로 대구의 Y기획사를 선정했다. 또한 노산 권역이 사업에 선정되면서 8개 마을 주민으로 추진위원회가 구성되었다.
선진지 견학은 다른 지역은 어떤 사업을 했는지 직접보고 자기지역에 맞는 사업을 어떻게 하면 성공적으로 이끌까하는 발전 계획을 모색한다는 취지다. 그런데 이 취지는 죽림권역 65세 이상 노인들의 효도관광으로 변질되고 가고 있는 것이다.
죽림권역 국내선지지견학 부분에 배정된 예산은 3억 8천만 원 가량이다. 이 예산은 4년 동안 교육, 컨설팅, 홍보, 기획 자료수집 등에 사용하게 된다. 그렇다면 선진지 견학에 마을 청년이나 지역유지, 전문가들로 구성되어야 하는데 65세에서 80대에 이르는 노인들이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고 인솔자 몇몇을 포함해 약 90명이 버스에 올랐다. 과연 취지에 맞는 견학이 될까 의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한마디로 선심성 여행임에는 틀림이 없어 보였다.
더 심각한 것은 노인들은 선진지 견학이 뭔지도 모르고 차에 올랐다는 사실이다. 왜 하필 거창하게 현수막과 푯말을 붙여가며 효도관광이라고 했을까? 그냥 선진지견학이라고 해도 될 것을 말이다. 실제로 노인들 대부분은 통영시에서 효도관광을 보내주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현 시장과 도의원, 면장, 시의원, 시의원 후보자들이 새벽같이 나와 효도관광 잘 다녀오라고 인사를 나왔으니 그리 생각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그들은 이 사업이 어떤 내용인지를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효도관광이라는 용어를 묵인 한 것이다.
과연 죽림의 청년들은 이 사업의 실체를 알고 있을까 ‘권역단위종합정비사업’ 농·어촌 살리기란 이 사업을 자세히 살펴 볼 필요성이 다분하다.
푯말이 사라졌다.
네모안 기획사 관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