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 사진작가 이강석의 어촌, 바다가 열리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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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이강석의 어촌, 바다가 열리는 시간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라 했다. 지독했던 무더위를 뚫고 가을이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 가을 바람을 타고 통영예술인들의 열정의 꽃이 하나씩 피워 난다.
시민문화회관을 비롯해 해저터널 용호도 포로수용소전시관 등에는 연일 그림과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많은 전시회 중에서 주목할 만한 사진전이 있다. 사진작가 이강석이 2026년 9월 8일부터 14일까지 통영시민문화회관 대전시실에서 개인전 《어촌: 바다가 열리는 시간(Fishing Village: When the Sea Opens)》을 개최 한다.
이번 전시는 바다를 아름다운 풍경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선에서 벗어나, 그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살아온 사람들의 노동과 시간, 그리고 인간의 몸에 축적된 삶의 흔적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사진전이다. 오픈 및 작가 Talk는 9월 12일 오후 4시에 열린다.
앞선 개인전 《통영, 그 바람의 선율》이 통영의 빛과 바람, 바다가 만들어내는 장소의 서정성을 탐색한 작업이었다면, 이번 전시는 그 풍경의 표면을 지나 삶의 안쪽으로 시선을 옮긴다. 새벽 어둠 속에서 배가 돌아오고, 어획물이 내려지고, 선별과 운반을 거쳐 다시 삶으로 이어지는 반복의 과정 속에서 바다는 더 이상 감상의 풍경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생존과 노동, 기억과 시간이 중첩되는 삶의 장소이자 한 시대가 축적되는 시간의 공간이다.
사진 속 노동은 매일 반복되지만 그 하루는 결코 동일하지 않다. 바다는 날마다 다른 얼굴로 열리고, 인간의 몸 또한 세월과 함께 변화한다. 거칠어진 손과 굽은 허리, 젖은 작업복과 말없는 표정에는 한순간의 노동을 넘어 오랜 세월 견디어 온 삶의 시간이 층층이 퇴적되어 있다. 이강석의 카메라는 그 고단함을 미화하거나 연민의 대상으로 바라보기보다,
시간이 어떻게 인간의 몸에 새겨지고 하나의 존재적 흔적으로 남는가를 응시한다. 그런 의미에서 사진의 한순간은 단순한 현재의 기록이 아니라 한 사람의 생애와 한 지역의 역사가 압축된 시간의 단면이며, ‘그들이 이곳에 존재했고 이렇게 살아왔다’는 사실을 남기는 시각적 증언이 된다.
결국 《어촌: 바다가 열리는 시간》은 바다에 관한 기록을 넘어 인간의 시간과 존재에 관한 사진적 사유이다. 산업구조와 생활환경의 변화, 인구 감소와 고령화 속에서 우리가 너무도 익숙하게 바라보던 어촌의 삶 역시 조금씩 변화하고 사라져간다. 따라서 현재를 기록한다는 것은 단순히 오늘의 모습을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사라질 현재를 미래의 기억으로 전환하는 일이자, 한 시대의 삶을 후대에 남기는 시각적 아카이브를 구축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작가는 바다와 함께 살아온 사람들의 시간을 통해 결국 하나의 질문에 도달한다. 삶의 진정한 무게는 살아온 날의 숫자가 아니라, 그 시간을 견디어 낸 존재가 남긴 흔적의 깊이 속에서 드러나는 것은 아닐까.
사진가 이강석 | 주요 활동
사진가 이강석은 1998년 토픽 에이전시 소속 스톡사진작가로 사진 활동을 시작한 이후 자연과 인간, 지역공동체의 삶과 변화하는 시대의 흔적을 지속적으로 기록해 왔다. 2000~2001년 금강산 기획촬영을 시작으로 2004~2010년 설악산과 지리산 사계 종주촬영을 진행했으며, 2011~2023년 일본 사야마시 사진작가협회 국제사진교류전 13회, 2022~2023년 한·베트남(호치민시) 국제사진교류전 4회에 참여하는 등 국내외에서 사진 활동을 이어왔다.
2025년 개인전 《통영, 그 바람의 선율》을 개최하고 동명의 사진집을 출간했으며, 사진집은 국립중앙도서관에 영구 소장되었다. 2025년 경남사진문화상, 2026년 한국사진문화상을 수상했으며, 2026년 부산국제사진제에 참여했다. 또한 2026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기록 프로젝트 《천개의 카메라》 경남동부 기록 및 전시에 참여하며 사진을 통한 지역문화와 공동체 기록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2024년부터 2026년까지 통영노인대학 사진반 강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부산디지털대학교 사진영상학과에서 사진영상을 전공하며 전공 및 그룹전에 4회 참여했다.
2026년 개인전 《어촌: 바다가 열리는 시간》에서는 바다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노동과 삶에 축적된 시간을 다큐멘터리 사진으로 기록한다. 현재는 어시장에서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의 노동과 생의 무게를 기록하는 다큐멘터리 프로젝트 《삶을 이고》와 함께,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점차 소멸해가는 통영 남해안 도서지역의 마을과 사람, 집과 공동체의 흔적을 기록하는 장기 다큐멘터리 프로젝트 《마지막 불빛이 꺼지기 전에》를 기획·촬영하고 있다.

이강석의 사진은 아름다운 풍경의 재현에 머물지 않는다. 인간과 장소, 기억과 시간의 관계를 탐구하며 사라져가는 존재의 흔적을 사진이라는 시각적 아카이브로 남기는 것, 그것이 그의 작업을 관통하는 중요한 사진적 지향이다.
김종수 기자(tynews@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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